엘리와는 학생과 사회인의 중간 어디쯤인 상태일 때 만났어요. 그 중간 어디쯤이라 함은 ‘학과 조교’입니다. 왜 ‘학과 조교'가 학생과 사회인의 중간 어디쯤이느냐 하면, 월급을 받을 때는 직장인이 된 것 같다가도 학생으로서 익숙한 공간과 사람들 사이에 있다 보니 여전히 학생인 것 같기도 했거든요. 인문 계열 학과 사무실이 모여있는 복도에서 불어불문학과 조교였던 저와 일어일문학과 조교였던 엘리가 만났습니다. 사실 엘리를 포함해서 독어독문학과, 국어국문학과의 조교들까지 총 6명이 1년 정도 뭉쳐지냈어요.

정말 말 그대로 ‘뭉쳐’지냈어요. 불어불문학과는 학생이 얼마 없어서 학과 전체 업무를 조교 1명이 다 했는데 사무실에 혼자 앉아있던 기억이 거의 없을 정도로요. 항상 조교들과 이 사무실, 저 사무실 몰려다니곤 했거든요. 

 하루 종일 같이 있었는데도 다음날 아침까지 밤새 또 놀기도 하고, 주말을 함께 하는 건 물론이고 해외여행까지 같이 다녀오기도